대우차·한보철강 매각 실패 문책 '용두사미'

중앙일보

입력

대우자동차.한보철강 매각 실패에 따른 문책 소동은 예상대로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미 사표를 낸 오호근 대우그룹 구조조정추진협의회 의장을 사퇴조치하고, 한보철강 채권단 간사였던 제일은행의 유시열 전 행장, 정재룡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경고조치하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금감원의 조사결과는 포드와 네이버스 컨소시엄을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것이나 위약금 조항을 넣지 않은 게 당시로선 불가능하거나 최소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겨우 책임을 물은 대목은 대우차의 경우 포드가 인수를 포기할 것을 예측해 비상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채권단과 업무협조를 잘 하지 못했다는 정도다.

한보철강도 채권단이 감당도 못할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계약서에 그대로 명시해주는 실수를 했고, 자산관리공사는 이 요구조건을 정부부처가 빨리 들어주도록 열심히 뛰어다니지 않았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지적조차 처음부터 불리한 계약을 하는 마당에 인수자의 요구를 채권단 마음대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한보철강은 정부부처가 말을 안들어 청와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던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제대로 조사도 안된 상태에서 청와대에 보고되는 바람에 문제가 꼬였다" 며 "여론에 영합하려다 정부의 체면만 구겼다" 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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