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AL 챔피언십 '전력과 저력의 대결'

중앙일보

입력

'겉으로 드러난 전력이냐, 속안에 감춰진 저력이냐'

이것이 뉴욕 양키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맞붙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의 화두이다.

현재 나타난 전력으로는 시애틀의 승리가 확실하다. 그러나 오클랜드와 가졌던 디비전 시리즈에서 양키스는 과연 전통과 경험의 힘이 어떤 것인가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지난 4년동안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총 628경기 포스트시즌 출장으로 무장된 양키스는 아직 이빨빠진 호랑이가 아니다.

1. 투수력

3연승으로 디비전 시리즈를 끝낸 시애틀 투수들은 3일의 휴식기간을 보장받았다. 반면 최종전까지 치루고 올라온 양키스 투수들은 단 하루를 쉴 뿐이다.

마지막 5차전에서 양키스는 다급한 나머지 챔피언십 시리즈의 1차전 선발이었던 올랜도 에르난데스까지 소모했다. 디비전 시리즈를 통해 로저 클레멘스와 에르난데스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님이 드러났으며, 그나마 가장 컨디션이 좋던 앤디 페팃도 3일 쉬고 등판한 5차전에서 난타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양키스에는 최강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있다. 포스트시즌에만 들어서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는 리베라(방어율 0.35)는 양키스 투수력의 큰 힘이다.

양키스 투수력의 열쇠는 데니 네이글이 쥐고 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네이글이 제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양키스는 리베라, 제프 넬슨, 마이크 스탠튼 단 세명의 투수로 7경기를 치뤄야만 한다.

팀방어율 1.93, 불펜 방어율 제로의 시애틀은 투수 대부분이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실패'란 단어를 모르는 마무리 사사키 가즈히로와 호세 메사, 아서 로드스의 호투가 인상적이다.

다만 프레디 가르시아의 부진과 좌완 제이미 모이어의 전력 이탈이 아쉽다.

2. 타력

당초 강점이자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시애틀 타선의 '집중화 현상'은 강점임이 밝혀졌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에드가 마르티네스, 존 올러루드 3인방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타율 3할2푼4리 2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제몫을 다했다.

가장 놀라운 등장은 데이빗 벨. 주전 2루수로 기용되고 있는 벨은 11타수 4안타 .364의 고감도 타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시애틀 타선도 문제는 있다. 정작 3인방의 '잇몸' 역할을 해야 하는 제이 뷰너(타율 .167)와 스탠 하비어(타율 .111)가 제역할을 해내고 있지 않기 때문.

양키스 타선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디비전 시리즈 초반에 부진을 거듭하던 티노 마르티네스와 데이빗 저스티스가 살아나는 사이, 초반 맹타를 날리던 버니 윌리엄스와 호르헤 포사다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데릭 지터와 척 노블락의 1-2번이다. 양키스 타선의 최대강점이기도 한 1-2번에서 지터는 타율 .211 출루율 .318의 빈공을 보였으며, 노블락은 수비불안으로 정상적인 출장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3. 총평

투수진 부족이 아킬레스건인 양키스는 장기전으로 돌입할 경우 가망이 없다. 시애틀 역시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어려운 시리즈를 치루게 될 것이다. 4승 2패 시애틀의 승리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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