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자회사 맥스터, '애물단지'서 '보물단지'로

중앙일보

입력

현대전자의 미국 자회사인 맥스터가 경쟁업체인 퀀텀사로부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사업부의 인수를 추진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맥스터는 퀀텀의 HDD사업부를 1주당 1.52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인수키로 했다고 4일(미국시간) 밝혔다. 당초 인수 규모는 13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으나 맥스터사의 4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10억8천만 달러 정도가 될 전망이다.

통합회사는 맥스터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마이크 캐넌 사장겸 CEO가 경영을 책임질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회사의 시가 총액은 23억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맥스터사는 현대전자가 96년 인수, 경영권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 지분율은 36%이다. 맥스터는 현대전자가 인수한 뒤로도 장기간 적자가 누적돼 해외기업 인수의 대표적 실패사례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그러나 인수 4년만인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2.4분기까지 연속흑자를 내 부실을 완전히 털어냈다. 현대전자의 박종섭 현 회장이 지난 몇년간 맥스터의 회장으로 일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일궈냈다.

맥스터가 퀀텀을 인수하면 서버와 PC, 가전제품용 HDD를 연간 5천만개 생산해 세계 1위인 시게이트와 맞먹는 세계적 HDD업체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맥스터측은 합병시 연간 매출액이 60억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 캐넌 맥스터 회장은 퀀텀과의 통합시 18-24개월안에 1억2천만-2억 달러의 비용이 절감이 예상되고 가격 경쟁 해소,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돼 ''윈-윈 게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비즈니스 위크는 한 대형 스토리지(저장장치) 업체가 맥스터를 23억달러에 인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인사이드 월스트리트 칼럼''에서 업계 소식통들의 말을 빌려 한 대형 스토리지(저장장치) 업체가 맥스터사를 주당 20달러, 총23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맥스터의 스토리지 개발 능력이 우수해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맥스터의 ''맥스어태치 NAS''는 리눅스와 유닉스, 윈도에 호환되며 단 10분만에 설치할 수 있는 뛰어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맥스터는 지난 9월 NAS(네트워크 부가형 스토리지) 용량에서 세계 최고기록인 320기가바이트(GB) 제품을 개발했으며 하드디스크 분야에서도 지난 8월 80GB바이트 짜리 제품을 업계 최초로 출시한 바 있다.

맥스터의 우량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스토리지 분야가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는 미국 정보통신 업계의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날로 폭증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EMC와 IBM과 같은 기존 주자 외에 휼렛 패커드와 델, 컴팩, 선마이크로 시스템스 등이 속속 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5억 달러였고 올해는 174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이 IDC는 2003년에는 시장 규모가 4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맥스터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시각도 우호적이다. 체이스 H&Q증권사가 지난달 30일 맥스터의 투자의견을 ''시장평균''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인수 발표 당일인 4일 호퍼 앤드 아네트 증권사는 ''적극매수''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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