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기업에 은행간부 '집단 낙하산'

중앙일보

입력

임직원들이 채권은행 퇴임 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기업의 사외이사.감사 등으로 대거 옮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워크아웃 기업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실태=금융감독원이 4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거나 졸업한 71개 기업의 경영진에 포함된 전직 은행간부는 58개 기업에 1백17명이었다.

이들은 사외이사(78명).감사(30명).부사장.전무.상무(7명), 대표이사(2명)등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

특히 한빛은행은 퇴직 간부 25명이 워크아웃 기업 대표이사 등으로 재직 중이며 산업은행도 17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합의 경우 부사장.감사위원 등 임원에 7명의 금융기관 퇴임인사가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채권단 추천을 받은 금융기관 출신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58.5%)이 단수 추천으로 경쟁없이 선임됐다고 鄭의원측은 밝혔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의 개선작업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차원에서 퇴임 직원을 사외이사 등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지 인사적체 해결 목적이 아니다" 고 주장했다.

◇ 문제점=금융감독원.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올해 초 사외이사 추천시 복수 후보로 추천하도록 공문을 보내고 금융기관 퇴임 직원의 워크아웃 기업 임원 추천의 문제점을 시정하도록 지도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 관계자는 "채권 금융기관이 능력검증 절차도 없이 퇴임 직원을 워크아웃 기업에 보내 자질 시비가 일고 있다" 고 지적했다.

경실련 위평량(魏枰良)정책부실장은 "은행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워크아웃 기업의 간부 자리를 은행 임직원이 꿰차고 들어가는 것은 은행.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신종 낙하산 인사' " 라고 규정했다.

魏부실장은 이어 "채권은행 인사가 워크아웃 기업에 다수 포진하게 되면 은행 실리에만 얽매이게 돼 기업개선 작업이 신속히 처리되기 힘들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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