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을 비꼬았다 … 달라진 러시아 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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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러시아 방송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재나 형식이 크게 바뀌었다. 성역 같던 러시아 정치권도 TV의 공세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의 TV프로그램들이 기존의 딱딱하고 엄숙한 형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인기 연예인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프로그램은 주로 ‘리얼리티 쇼’다. 출연자들이 쇼에 등장해 자신들의 실제 상황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으로 이미 서방에선 익숙한 방송 형식이다. 인기 방송인 이반 우르간트가 진행하는 ‘패션 재판’도 이 같은 리얼리티 쇼의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입고 나온 의상을 가감 없이 비판하는 형식으로 꾸려진다. ‘결혼합시다’도 기존의 러시아 TV에서 볼 수 없었던 쇼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남성 독신자가 3명의 젊은 여성 후보들을 선택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전달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심지어 무대에서 출연자들끼리 주먹질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미국의 ‘제리 스프링거’를 흉내 낸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NYT는 “지난 10년간 러시아 TV는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을 주로 편성했으며 이 때문에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프로그램 형식과 내용이 급변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사회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TV 쇼의 변화는 러시아 정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유명 연예인이 특정 정치인들을 겨냥해 공개적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TV 쇼 호스트인 크세니야 소프차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푸틴에 반대하는 시위 정보를 올리고 있다. 러시아의 디바로 불리는 유명 여가수 알라 푸가체바도 푸틴의 재집권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NYT는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프로그램들도 아직 건재하지만 앞으로 권위를 거부하고 변화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정서와 부합되는 프로그램들이 더욱 큰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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