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국과 미국, 약물 관련 명암 교차

중앙일보

입력

'약물과의 전쟁'이 대회 내내 화제가 됐던 시드니올림픽에서 중국과 미국의 명암이 엇갈려 눈길을 끌고 있다.

'스포츠에서 약물을 추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미국이 약물 관련 추문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망신을 당한 반면 '상습 약물 사용 국가'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중국은 명예회복에 성공한 때문.

대회 중반 간판 스프린터 매리언 존스의 남편이자 투포환 선수인 CJ 헌터의 약물 사용 사실이 밝혀져 망신살이 시작된 미국은 육상팀이 고의로 약물 관련 선수들명단을 은폐해왔다는 폭로가 터지자 아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의무위원장을 역임한 로버트 보이 박사는 1일 "미국 육상 선수들의 약물 사용은 아주 흔한 일"이라고 단언하고 "USOC와 미국 정부는 이런 사실을 감추는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해 약물 근절 의지를 확고히 밝히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으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스포츠 약물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백악관 고위관리와 보건성 장관까지 시드니에 보냈던 미국으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예상대로 육상에서 무더기로 금메달을 쓸어 담아 종합 1위를 차지한 미국이지만 '약물 올림픽'에서는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와 함께 '불명예 국가' 선두를 다툴 지경에 이른 셈이다.

반면 중국은 '깨끗한 팀'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데 이번 대회를 십분 활용했고 결국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쥔런군단의 일원인 리지는 여자 육상 1만m에서 7위에 그쳤지만 리지의 임무는 메달이 아니라 '마군단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었다.

시드니에서 약물검사를 받은 중국 선수는 1백여명이 넘지만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자체 검사를 통해 27명의 '의심스러운 선수'를 미리 걸러내 대표에서 탈락시키는 등 IOC의 '약물근절'에 가장 충실한 국가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데다 '약물과의 인연을 성공적으로 끊은 국가'라는 명예까지 더해 2008년 올림픽 유치에 교두보를 마련했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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