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경보 첫 올림픽 2관왕 탄생

중앙일보

입력

인간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경보에서 사상 첫 2관왕이 나왔다.

경보의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은 로베르트 코르제니오프스키(폴란드).

그는 29일 섭씨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열린 남자 50㎞ 경보에서 3시간42분22초로 우승, 육상 첫날 20㎞에 이어 2종목을 석권했다.

지난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코르제니오프스키는 20㎞경보에서 2위로 골인했으나 선두로 골인한 베르나르도 세구라(멕시코)가 뒤늦게 실격 처리되는 바람에 행운의 금메달을 안았던 선수.

2종목 동시 제패는 56년 멜버른대회에서 20㎞가 추가돼 남자경보의 금메달이 2개가 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코르제니오프스키는 32살의 나이에 올림픽 역사를 바꾼 영웅이 됐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시련이 있었다. 24살의 한창 나이에 출전한 92년 바르셀로나대회 때는 20㎞경보에서 완주조차 못했고 50㎞에서는 규정 위반으로 실격패, 선수생활을 접을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떳떳한 가장이 돼야 한다며 마음을 고쳐먹은 코르제니오프스키는 스포츠 전문가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을 오가는 이색적인 훈련방법으로 96년 애틀랜타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승, 부동의 1인자 자리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 시드니 근교에서 친구들과 머문 코르제니오프스키는 20㎞ 경보에서의 쑥스러운 우승을 의식한 듯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땄다"며 기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