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비디오〉 人 + 漁

중앙일보

입력

사람하고 고기하고.. 삐리리~를 한다?? '아무리 게놈프로젝트니 뭐니 해서 신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지금이라지만 사람하고 생선을 결합시키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이젠 고전이 돼버린 인어공주 얘기도 아니고...'

제목이 주는 호기심에 이끌려 비디오 테잎을 집어들었다. 제목 따로 내용 따로인 걸 여러번 겪어 봤으면서도 단지 그 유아적 호기심이 발동하여...역시였다. 고기라곤 수족관 열대어들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화가 나지 않았다. 열대어를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한 놈(?) 하고만 교미를 한다는 열대어와, 닥치는 대로(?) 상대하는 다른 열대어를 매개로 남녀간의 사랑을 풀어 나간다. 주인공 남자는 이미 남의 여자가 되어버린 옛 여인을 잊지 못하고 굴레 속에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다.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 봐 주는 한 여인.
그러나 남자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헌신적인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옛 여인에 대한 추억에 잠겨 아예 사랑의 감정을 잃어버린 듯 하다. 그러던 그에게 우연한 만남이 찾아온다. 이웃집에 사는 여인과의 만남은 그가 사랑의 정의를 내리는 모티브가 된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엔 누구도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기에서는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랑을 얘기해 주고 있다.

결말은 아주 통속적이다. 결국 불륜이라는 사회적 금기를 경험한 후에 그들은 비로소 자신이 머물러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남자는 자신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여인에게로,
여인은 자신의 보금자리인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엔딩 크레딧은 올라간다.

뻔한 스토리이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열대어라는 소재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영화 '쉬리'에서 키싱구라미가 주는 사랑의 결말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또 그 애틋한 여운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격렬한 정사씬을 보면서도 머리속에선 사랑을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말초신경의 자극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에로비디오라...자칫 에로비디오의 장점을 벗어난 듯 느껴지지만 내용에 몰두하느라 재밋거리를 놓쳤다면 다시 Rewind 해보면 상관없는 일이다. 자, 그럼 테잎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보자.

섹스씬만 놓고 보자면 한마디로 아주 고감도이다. 아슬아슬하게 노출되는 나신들은 남녀가 어우러졌을 때 더 육감적이다. 말도 안되는 체위같은 건 이 작품에선 찾아볼 수 없다. 상당히 사실적이다. 저러다 혹시...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니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씬은 스포츠카에서의 정사. 게릴라식으로 찍었을 법한 한밤중 대로에서의 야외 정사씬은 갈증마저 해소해 준다. 빨간 스포츠카가 주는 야릇한 느낌과 더불어 차안에서의 정사는 그야말로 백미! 꼭 눈으로 확인하시라. 아쉽게도 필자는 그것을 글로 담을 능력이 부족하다.

카메라의 앵글은 사람이 가장 육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각도에서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 외에 실내에서의 정사씬도 아찔한 수준이다.
어쨌든 볼 만한 작품이다.

오랜만에 강추!!! 자기가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작품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사랑법을 정리해 보는 것도 아주 괜찮은 감상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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