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법 준비기간 너무 짧아]

중앙일보

입력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지난해 8월 제정됐다. 당초 법안은 여당인 민주당(당시 국민회의)이 1998년 정기국회에 내놓은 것으로 당시 외환위기로 대량해고 사태가 빚어지면서 새 '사회안전망' 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부응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잦은 국회파행으로 법안 처리가 미뤄졌고, 해를 넘겨 지난해 8월에 통과됐다.

법제정 당시 시행시기가 올해 10월이어서 여유가 있어 보였으나, 막상 정부가 준비를 하다 보니 1년은 짧은 기간이었다. 제도 전반을 한번쯤 검토하고 시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무리가 있었다면 어디서 비롯됐을까. 당시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원액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은 없었다.

시행시기에 대해선 정치권은 보건복지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의 고위 정책관계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에 법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점을 행정부쪽에 주지시켰다" 며 "또 예산편성때 준비기간이 충분한지를 거듭 확인했다" 고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당시 보건복지부는 빨리 할수록 좋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기획예산처가 예산상의 이유 등을 들어 늦췄으면 하는 쪽" 이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원래 2001년 1월 시행을 희망했고, 오히려 정치권 인사 중 1년이면 준비가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는 이가 여럿 있었다" 고 말했다.

제도의 핵심인 자활사업에 대해서도 법 통과 후 여당과 행정부가 점검을 거듭해 챙긴 흔적이 별반 없다. 민주당의 한 정책통은 "자활부분을 당정회의에서 집중해 다룬 일은 없었다" 고 했다.

여당내에선 일단 제도 시행 자체에 무게를 더 실었다는 정황도 있다. 한 정책관계자는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전반적 인프라 구축이 어차피 단기간에 될 일도 아닌데다, 기초생활보장제에 부정적 계층이 많아 차라리 제도를 실시한 뒤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 고 말했다. 정치적 고려도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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