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석유회사, 고유가 불구 유전개발비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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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석유회사들이 과거와는 달리 지난해에 비해 적은 양의 석유을 생산하는가 하면 유전개발과 관련된 투자도 오히려 줄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워싱턴 D.C. 소재 석유금융사에 따르면 엑슨 모빌, BP 아모코, 로열 더치 셸 그룹 등 슈퍼 메이저들의 탐사 및 생산 관련비용 지출 규모는 올해 상반기 중 69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0%나 줄어들었다.

세계 13대 석유회사들은 세계 석유 수요의 17%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데 이들의 올해 상반기 석유생산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0.7% 줄어든 하루 1천300만배럴이었다.

유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석유 메이저들이 투자와 생산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회사간 합병이나 조직축소 또는 유가가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지난 98년 엄청난 석유공급 과잉으로 인한 유가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쉽게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들은 유가가 배럴당 14-16달러 수준일 때 투자하는 것이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BP 아모코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1달러 수준일 때 투자가 적정하다는 판단을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나서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은 최근 NBC방송의 '투데이'프로에 출연, 유가 상승의 한 원인이 메이저들이 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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