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속타는 김병현, 천금같은 기회 놓쳐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 85번째 등판만에 그토록 바라던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은 김병현(21, 애리조나)
이 자신에게 찾아온 천금같은 기회를 놓쳐 버렸다.

27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김은 2점 홈런 2개로 4점을 허용, 3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2.1이닝 4피안타(2홈런)
4볼넷 4실점. 방어율은 4.46으로 치솟았다.

사실 이번 선발등판은 가장 안좋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김병현은 7월에 당한 손목 염증 부상 이후 구위가 현격히 떨어졌으며, 심지어 9월 방어율이 무려 12.15에 달할 정도로 부진에 빠져 있었다.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이후, 무기력해진 팀의 분위기도 방해요소. 2회말 1루수 그렉 콜브런과 포수 캘리 스티넷의 연속 실책은 김병현의 페이스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첫 선발 데뷔전이 쿠어스 필드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아쉬웠다. 로키산맥의 고지대인 덴버에 위치하고 있는 쿠어스 필드는 낮은 중력 때문에 공끝이 무뎌지는 문제 때문에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특히 이것은 직구의 공끝과 변화구의 각으로 승부하는 김병현에게는 치명적이 것이다.

김병현이 선발투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두가지를 넘어서야 한다.

첫번째는 체력문제.

현재 김병현이 선발투수로서 풀시즌을 치룰 만큼의 체력을 갖고 있지 못함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여름 사나이' 박찬호의 체력이 틈날 때마다 런닝(running)
를 거듭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두번째는 체력안배.

아무리 체력이 좋은 선수라도 오버페이스(overpace)
를 해버리면 아무 소용없다. 삼진은 팬들을 열광시키는 투수 최고의 무기이기만, 오버페이스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공 10개를 던져서 뽑아내는 삼진이라면 3개로 잡아내는 플라이만 못하다.

올해 김병현은 구원투수로 채 반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시범경기와 전반기에서의 무리한 투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을 버티려면 타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체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것은 전문가들이 하위타선에 많이 맞는 박찬호를 비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김병현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김병현이 '닌텐도 마구'라는 찬사를 냉정히 버리고, 강력한 의지를 가진 투수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란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 메이저리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조인스 스포츠에서
(http://sports.joins.com/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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