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호주에 프리먼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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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온통 프리먼 열풍에 휩싸였다.

대회 초반 호주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안 소프에 대한 열광은 프리먼 열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프리먼이 여자 육상 400m에서 금메달을 딴 지 단 하루만에 발매된 '프리먼 기념우표'는 무려 3시간 이상 줄을 서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프리먼이 출전한 결선 경기에는 11만여명의 관중이 몰렸고 TV로 이 경기를 지켜본 호주 국민이 900만명으로 추산될만큼 프리먼은 호주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프리먼은 특히 고국을 등지고 호주로 건너와 토박이 백인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온 소수민족 이민자들에게 유난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백인들의 학살과 편견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에 올라선데다 소외계층의 인권 옹호를 외치는 프리먼에게 그들이 느끼는 친밀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

한 때 '기라성같은 금메달리스트를 제치고 은메달리스트에게 성화 점화를 맡기느냐'며 시비를 걸었던 호주 언론들도 일제히 프리먼에 대한 찬사로 지면을 가득 채웠다.

애보리진 깃발을 들고 뛴 데 대해 반감을 드러냈던 정부도 태도가 변했다.

하워드 호주 총리는 "애보리진 깃발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못박고 "프리먼은 애보리진의 영웅이 아닌 호주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프리먼 신드롬'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로 인종간의 통합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시드니 도심 술집이나 거리에서 툭하면 벌어지던 백인과 흑인, 애보리진과의 싸움박질이 25일 밤에는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프리먼은 박해받던 애보리진의 인권옹호운동가에서 이제는 전 세계 인종간 갈등을 해소하는 소방수로 한차원 승화한 셈이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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