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보고 안철수 연구소 주식 샀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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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주가가 8일 8.94%나 급락했다. 전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부재단에 내놓을 이 회사 주식 가운데 86만 주를 시장에서 팔아 현금화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안 원장 행보에 따라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널뛰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테마주 관점에서 이 회사를 바라본다면 투자하지 마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 당국은 “테마주를 단속하겠다”며 지속적으로 경고한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는 계속 산다. 이들은 왜 ‘안철수’를 사는 것일까. ‘안철수’를 ‘들고 있는’ 6명(2명은 익명 요구)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주식 투자 경험이 적었다.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안 원장의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대선 후보 지지도 상승이 이들을 주식 투자로 이끈 주요 요인이었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재미 삼아 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쨌든 모두 “수익률을 좇는다”는 기본 전제는 다르지 않았다. 아직 확정된 수익은 아니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안 원장이 ‘무릎팍도사’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처음 얻었을 때 주식을 산 투자자는 ‘대박’ 수준의 차익을 봤다. 하지만 안철수연구소가 이미 테마주 열풍에 휩싸인 후 투자한 사람은 ‘쪽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다음은 문답.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철수’를 왜 샀나.

 “(조동운, 35세, 개인사업) 2009년 안 원장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걸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

 “(신용욱, 29세, 대학원생) 아는 형이 ‘무조건 사라’고 했다.”

 “(지성현, 32세, 여, 학원강사) 지난해 9월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싸고 안 원장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주가가 오를 거란 막연한 생각에 샀다.”

 “(김성호, 59세, 은퇴자) 하도 여기저기서 안철수 얘기가 많이 나오길래 솔깃해져 투자했다.”

 -주식 투자 경험은 있나.

 “(조) 아버지의 주식 투자 실패로 집이 망하기 직전까지 간 기억이 있어 주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신) 안철수연구소가 ‘생애 첫 주식’이다.”

 “(김) 은퇴 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좀 하긴 했지만 테마주는 처음이다.”

 -얼마나 갖고 있나.

 “(조) 안 원장의 ‘무릎팍도사’ 출연 후 5주, 10주씩 사 모은 주식이 지금 300주가 넘는다.”

 “(신) 지난해 10월 5만원대에 40주를 샀는데 바로 그달에 10만원대로 올라선 경험을 한 뒤 투자를 계속 늘려 지금은 200주까지 불었다.”

 “(김) 안철수연구소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걸 보고 300주를 샀다.”

 -수익률은 어떤가.

 “(조) 처음 샀을 때 주가가 1만~2만원대로 6~7배는 오른 셈이다.”

 “(김) 샀을 때보다 4만원 가까이 빠져 1000만원쯤 손해를 보고 있다.”

 “(정모씨, 27세, 회계사) 지난해 9월 말 20주 사서 200만원 벌고 팔았다.”

-언제 팔 건가.

 “(조)주변에서는 ‘이젠 팔라’고 조언하지만 아직은 대선 출마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닌 만큼 좀 더 보유하겠다.”

 “(신)대선 출마 여부가 아직 결정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팔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기다렸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발을 뺄 계획이다.”

 “(최모씨, 28세, 대학 근무)불안해서 빨리 털겠다.”

강나현·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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