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기록부진 속에 `한줄기 빛'

중앙일보

입력

`여자공기소총 듀엣 외에 선수 전원 예선 탈락.'

한국사격대표팀이 받아든 시드니올림픽 성적표다.

올림픽 첫 금메달이 걸린 여자공기소총에서 강초현(유성여고)이 은메달을 따냈지만 어이없게도 나머지 선수들은 자기기록도 내지 못하고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사격은 육상, 수영과 더불어 대표적인 기록종목으로 메달 성적을 떠나 기록 향상 여부에 마지막 판단이 내려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표팀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적 면에서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등 과거 메이저대회 때보다 못한 게 사실이다.

한국은 바르셀로나에서 여갑순과 이은철이 금메달을 획득한 뒤 94년 세계선수권에서 금 3, 은 2, 동 2개를 땄으나 실업팀 해체가 본격화된 95년을 기점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본에 아시아 2인자 자리를 내줬고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쫓기는 형편이다.

한국사격이 안고 있는 취약점은 팀 해체사태로 저변이 엷어졌다는 데 있다.

국내사격의 근간을 이뤘던 은행팀들이 90년대 중반부터 도미노처럼 쓰러져 한때 13개에서 주택, 한빛 등 2개만 남아 있고 학원스포츠에서도 사격에 대한 매력이 반감된 지 오래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암담한 현실 아래 대표팀이 이번에 은메달이라도 건진 것은 어쩌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강초현의 스타탄생으로 사격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점과 사격계가 과거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대표팀을 중심으로 하나가 된 점 등은 한국사격이 이번 올림픽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 데 `윤활유'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상규 대한사격연맹 회장은 "무엇보다 인프라 재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사격계 화합을 이룬 가운데 실업과 학교팀 창단작업을 가속화해 한국사격을 반석위에 올려놓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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