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상환만기 2003~2004년 쏠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공적자금 조달 과정에서 보증을 서준 채권들의 만기가 2003년과 2004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재정경제부가 발간한 '공적자금 백서' 에 따르면 공적자금 조성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가 발행한 정부보증 채권 중 2003년과 2004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21조9천억원과 16조1천억원으로 모두 38조원에 달한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2년간 갚아야 할 금액은 44조6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채권들은 발행 당시 만기가 되면 무조건 상환해야 하며, 차환발행을 하려면 국회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조달한 돈 가운데 25조원은 회수가 어려운 예금 대지급금 등에 써 만기 때 상환이 불가능하고, 다른 용도로 쓰인 자금 역시 상환이 불투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보증 채권 만기가 다양하게 분산되지 못하고 특정 기간에 너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성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자금은 조성뿐 아니라 운영 문제가 중요하다" 며 "2002년과 2003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발행기관이 상환하기 어려워질 경우 국가 재정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 중 상당부분이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어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정부의 목표에 차질이 생길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로 조성하는 자금의 만기 구조라도 고르게 나눠 재정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만기 5년짜리 채권을 많이 발행하다 보니 특정 시기에 만기가 몰리는 문제점이 있다" 며 "만기 때 상환이 어려울 경우 예보나 자산관리공사가 자체적으로(정부보증 없이)채권을 발행토록 하는 등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 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