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네달란드 야구 선전은 식민지 용병 덕

중앙일보

입력

개최국 호주와 세계 최강 쿠바를 잇따라 격파하고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한 네덜란드 야구팀에 국내 팬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네덜란드는 당초 본선 참가 8개국 가운데 남아공, 이탈리아와 함께 '3약(弱)'으로 분류됐고 메달 다툼은 미국, 일본, 쿠바, 한국, 호주의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호주와 쿠바를 잇따라 격파하며 중간전적 2승3패로 호주, 한국과 동률을 이뤄 4강 진출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네덜란드의 '깜짝 선전'의 비결은 '메이저리그 선수의 젖줄' 카리브해에 있는 네덜란드 식민지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 때문이다.

네덜란드 야구팀의 절반 가량인 10명이 베네수엘라 위의 카리브해에 떠있는 작은 섬 아루바와 쿠라카오에서 왔다.

네덜란드 식민지인 아루바와 쿠라카오는 90년대 들어 메이저리거를 무수히 배출한 야구 천국이다.

앤드루 존스, 앤서니 묄렌스, 랜덜 사이먼, 랠프 밀라드, 유진 킹세일, 디저마 마크웰 등을 비롯해 이곳 출신 메이저리거는 26명이나 된다.

한국 프로야구 SK에서 잠깐 뛰었으며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이 된 네덜란드 4번타자 헨슬레이 묄렌스도 이곳 출신이다.

아루바와 쿠라카오의 전체 인구가 26만명인 사실을 감안하면 이 작은 섬의 '야구 파워'는 그야말로 세계 최강급이다.

아루바와 쿠라카오에 야구의 싹을 내린 것은 193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망명해온 정치인들.

이어 도미니카와 미국에서 건너온 석유시추회사 직원들이 야구를 이곳의 대표적인 스포츠로 키웠다.

네덜란드의 돌풍은 한국과의 5차전에서 영패를 당하며 다소 수그러든 감이 없지않으나 이번 올림픽 선전을 계기로 아루바와 쿠라카오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발걸음이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