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붐이 낳은 신세대 `예티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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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이 선도하는 이른바 `신경제''는 `예티(Yettie)''라는 신세대 인간군을 만들어내고 있다. `젊고(Yuong)'' `기업가적(Entrepreneurial)''이며 `기술에 바탕을 둔(Tech-basd)''`인터넷 엘리트(Internet Elite)''가 바로 예티족이다.

지난 80년대 새로운 소비문화의 주도층으로 부상했던 `여피(Yuppie)''와 비교하면 예티족의 특성을 더욱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여피''란 `젊고(Young)'' `도시적(Urban)''인 `전문직업인(Professional)''이라는 뜻.

여유롭고 멋진 삶을 즐기는 여피족과는 달리 예티족은 옷이나 넥타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20, 30대인 예티족은 민첩하고 유연하며 일에 있어서는 주말과 야간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지니고 있다.

독일 켐니츠공대의 귄터 보스 교수(사회학)는 예티족은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팔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야 하는 근로자이기도 하지만 IT 산업의 발전은 많은 예티족들을 기업인으로 변모시켰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사회학자 베티 시겔은 "예티족은 `신경제''의 산물"이라면서 "그들은 IT 분야에 대한 종사여부로 스스로를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현재 IT 분야 종사자가 전체 근로자의 5%에 해당하는 180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오는 2003년이면 24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시스템 연맹의 베르너 셍거 회장은 "이른바 신경제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는 IT에서는 옛날 이야기라고 주장한다"고 예티족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관의 한 단면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직장생활에 아무런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티족들의 연봉은 흔히 10만마르크(4만4천500달러)가 넘으며 독일 기업들의 경우 첨단기업 중심의 `신시장'' 상장을 통해 스톡 옵션으로 막대한 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의 프로젝트 매니저 사비네 쇨하임은 유연성 있는 근무환경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격무로 인한 인간관계, 가족간 유대의 단절은 예티족이 겪어야 하는 최대의 고민이다. IT 업체 창설자의 부인인 마리트 반 산텐은 "남편과는 e-메일이나 전화로만 접촉하곤 한다"면서 "주말에 느끼는 외로움이란 말할 수도 없다"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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