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치열한 선두 결정전

중앙일보

입력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어느 누구도 이보다 감동적인 드라마를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 외신 기자는 "한국이 양궁 여자 개인전 메달을 또다시 싹쓸이(clean sweep)할 것이냐" 고 물었다.

다른 외국 기자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메달을 모두 휩쓸지도 모른다" 고 대답했다.

김남순(20.인천시청)과 윤미진(17.경기체고). 일곱차례에 걸친 국내 선발전을 1, 2위로 통과했던 두 선수가 결승 사대에 나란히 섰다.

김남순과 윤미진은 각각 4강전에서 북한의 최옥실과 '돌아온 신궁' 김수녕(예천군청)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지난 16일 끝난 개인 순위 결정전에서 김수녕.김남순.윤미진이 나란히 1, 3, 4위에 오르지 않았다면 16강전 또는 8강전에서 우리 선수끼리 맞붙어 메달 싹쓸이는 불가능했다.

더구나 최옥실은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처럼 한국 선수들을 피해 유럽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고 4강에 올랐다.

마지막 열두발로 금메달을 가리는 결승에서 김남순이 10점 골드를 맞히며 상큼하게 출발하자 대표팀 막내 윤미진은 첫 화살로 9점을 맞혔다. 이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마지막 세발을 남겨 놓았을 때 윤미진은 80-79로 앞섰다.

윤미진은 열번째 화살로 골드로 꿰뚫어 승리에 쐐기를 박은 뒤 1백7-1백6으로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국내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던 김남순은 아홉번째 화살을 7점에 맞혀 은메달에 그쳤다.

윤미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금메달을 딴 줄 몰랐다" 며 "승부는 운명에 맡기고 편안하게 활을 쏘려고 노력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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