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닮은꼴 궁사 윤미진·김수녕

중앙일보

입력

시드니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준결승전이 벌어진 19일 오후 올림픽파크 양궁장 사선에 한국 선수 2명이 나란히 섰다.

윤미진(17·경기체고 2년)과 김수녕(29·예천군청).

묵묵히 과녁을 응시하는 두 선수는 서로 12살의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너무나도 똑같은 닮은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88'서울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금메달 2개를 따냈던 김수녕.그녀의 나이는 당시 17세로 청주여고 2학년 학생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바로 옆에는 우연히도 경기체고 2학년에 재학중인 17세의 까마득한 대표팀 막내 윤미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판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윤미진(왼쪽)과 김수녕

29세와 17세 돼지띠 승부사들.

결과는 17세 윤미진의 2점차 승리.활을 놓은지 6년만에 재기에 성공,4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노렸던 김수녕은 후배 윤미진에게 승리를 양보해야했다.

김을 꺾은 윤은 결승에서도 동료 김남순을 접전끝에 물리치고 12년전 김수녕이 그랬던 것처럼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달았다.

오는 21일 여자양궁 단체전에서도 금메달 획득이 유력한 윤미진이 2관왕에 오르게 된다면 이또한 서울올림픽 개인전·단체전을 석권한 김수녕과 닮은꼴이 된다.

두 선수는 묘하게도 활을 잡기 시작한 시기도 초등학교 4학년 때로 똑같다.

윤미진은 김수녕이 선수생활을 은퇴할 무렵인 경기 송정초등학교 4학년 때인 93년 "양궁부 친구와 같이 하교하고 싶다" 는 다소 엉뚱한 이유로 활을 잡았다.김도 초등학교 4학년 때인 81년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양궁을 시작했다.

21세기 한국 양궁의 미래를 이끌어갈 윤미진이 '닮은꼴' 언니 김수녕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궁사로 양궁사에 길이 남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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