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감옥 동료 “가짜 편지 동생이 썼다 … 그러나 배후는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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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2007년 대선 직전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이른바 ‘가짜 편지’ 사건과 관련해 애초 이 편지의 작성자로 알려졌던 신경화(54)씨가 지난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신경화씨가 조사에서 “치과의사인 동생(신명·51)이 가짜 편지를 쓴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함에 따라 신명씨에게 가짜 편지 작성을 사주한 것으로 알려진 대학 교직원 양모씨와 양씨 주변의 정치권 인사들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선거정국의 쟁점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25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경북북부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인 신경화씨를 지난 19일 소환해 신명씨가 가짜 편지를 작성한 게 사실인지, 누구의 부탁을 받은 것인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신경화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수배를 받던 중 미국으로 도주했다가 현지에서 검거됐으며 200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도소에서 김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기 직전인 2007년 10월 국내에 송환됐으며, 국내 법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문제의 편지는 2007년 11월 10일 신경화씨가 작성해 당시 미국에 있던 전 BBK투자자문 대표 김경준(46·복역 중)씨 측에 보냈다고 알려진 것이다. 편지는 “나의 동지 경준에게.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해 12월 중순 이 편지를 입수해 공개하면서 “김씨가 노무현 정부와 여당인 대통합 민주신당의 사주에 의해 기획입국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신경화씨는 검찰에서 “동생으로부터 ‘형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짜 편지를 작성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 정치적 파장이 일면 동생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내가 편지를 썼다는 주장을 고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경화씨는 그러나 가짜 편지 작성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앞서 신명씨는 지난해 3월 “지인인 대학 교직원 양씨가 ‘수감 중인 형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가짜 편지를 써달라고 요청해 내가 형 이름으로 편지를 썼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양씨가 당시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신모씨와 자주 통화를 했 다 고 말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지난 연말 미국으로 출국한 신명씨에게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양씨 등 편지 작성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해서도 소환 시점을 검토 중이다.

박진석 기자

BBK 관련 가짜 편지 사건, 어떻게 진행됐나

2007년 10월 말 미국 교도소에 김경준씨와 함께 수감됐던 신경화씨, 국내 송환

11월 10일 신경화씨 동생인 신명씨, 형 명의로 김씨 측에 가짜 편지 발송

12월 5일 검찰, BBK 사건과 관련된 이명박 후보 의혹 모두 무혐의 결론

12월 14일 한나라당, “노무현 정부의 김씨 기획입국 의혹 물증”이라며 가짜 편지 공개

2008년 상반기 검찰 수사 과정에서 편지가 가짜였던 것으로 확인

2011년 3~12월 신명씨, 언론 인터뷰에서 모 대학 교직원 양모씨의 편지 작성 사주와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최측근의 관여 의혹 제기

2012년 1월 11일 검찰, 김씨 소환 조사하면서 본격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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