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어수선한 올림픽선수 결단식

중앙일보

입력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승전을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그러나 잘 싸우고 오라고 환송하는 행사인 결단식은 어수선했다. 짜증스럽고 피곤했다. 아예 없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5일 세종문화회관 야외 계단에서 거행된 선수단 결단식 기념촬영장. 산뜻한 베이지색 양복에 깔끔한 주황색 넥타이를 받쳐 입은 한국 선수단 3백여명의 표정은 밝았다.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어린 선수들은 얼굴이 발그스레하게 상기돼 상서로운 기운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이들의 좋은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고위 인사' 들이 촬영장에 뒤늦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마지막으로 나타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사진기자들에게 촬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직 따가운 초가을 햇살에 10분여 동안 기다리던 선수들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사진 촬영 직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때 대기하던 검은색 승용차들이 줄지어 인도에까지 올라왔다.

촬영장은 어수선해졌다.

오랜 기다림과 북적거리는 차량 행렬에 짜증이 난 듯 한 체육회 간부가 "우리도 그냥 해산해" 라고 외치자 일부 선수들이 대열을 이탈했다.

'검정 양복' 없이 선수단만을 찍으려고 대기하던 사진기자들이 "자리를 지켜달라" 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자리를 지키려는 선수와 자리를 떠나려는 선수들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사진기자들은 선수단만의 밝은 얼굴을 찍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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