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타] 작은 거인, 술레이마놀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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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애틀랜타올림픽 조지아콩그레스센터에서는 올림픽 사상 가장 위대한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88년 서울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이어 역도 남자 64㎏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일궈낸 나임 술레이마놀루(터키)가 주인공.

150㎝의 단신이지만 자신의 몸무게보다 3배가 넘는 바벨을 들어올려 '작은 헤라클레스'라는 별명을 얻은 술레이마놀루는 시드니올림픽에서 또 한번 '영웅본색'을 상영할 후보다.

역도 사상 아무도 이르지 못한 올림픽 4연패를 향한 그의 집념이 3년간의 공백도 거뜬히 뛰어 넘을지 세계인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기실 그는 올림픽 4연패를 이미 달성했어야 하는 아쉬움을 안고 세월을 보냈다.

지금은 터키인이지만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그는 나움 슐라모노프라는 이름의 터키계 불가리아인이었다.

올림픽에 나가기만 하면 금메달은 떼어논 당상이었던 슐라모노프는 공산국가들의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불참 결정에 따라 첫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88년 서울올림픽으로 미룬 것.

조국 터키로 망명, 터키식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거푸 3차례 올림픽을 제패한 술레이마놀루는 애틀랜타올림픽 직후 은퇴와 번복, 다시 은퇴를 거듭했지만 사상 초유의 올림픽 4연패를 위해 작년 4월 다시 바벨을 부여 잡았다.

1년만인 올 4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합계 310㎏을 들어 3위에 오르자 '노추(老醜)'를 비웃었던 세계 역도인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33살의 적지 않은 나이와 오랜 훈련 공백에도 세계 정상권 기록에 바짝 다가선 술레이마놀루의 재기에 놀란 것이다.

술레이마놀루의 올림픽 4연패를 저지할 후보로 꼽히는 페살로프 니콜라이(크로아티아)와 시지용(중국)이 합계 320㎏을 조금 넘는 평소기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재기 기록은 만만치 않다.

전성기 때 335㎏까지 거뜬히 들어 올렸던 술레이마놀루가 이 기록에는 미치지 못해도 앞으로 15㎏ 안팎만 기록을 끌어올린다면 시드니올림픽은 전대미문의 스타탄생의 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선수보다 강한 집중력과 경쟁자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경기 당일 어떻게 작용할지도 변수다.

88년 대통령이 전용기를 보내 귀환시켰던 터키의 영웅 술레이마놀루가 다시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고 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시드니올림픽의 큰 관심거리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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