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긴장한 검찰 … ‘개혁안은 초헌법적 주장’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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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검찰과 한 대표 사이에 ‘검찰개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대표는 검찰이 기소한 2건의 사건 중 ‘5만 달러 뇌물 수수’에 대해선 1, 2심에서, ‘9억원 정치자금 수수’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표적수사로 인한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안을 제시해왔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지역검찰제 실시 ▶지방검찰청장 선출제 등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대표의 당선으로 검찰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검찰은 일단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은 한 대표의 개혁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초헌법적 주장”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특수부 검사는 익명을 전제로 “특수 수사가 가능한 건 대검 중수부의 지휘 아래 전국 지검 특수부가 범죄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며 “중수부를 폐지하면 결국 권력층 비리 수사가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 신설이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시돼 온 방안이라면 지검장 직선제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과제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검장 직선제가 헌법에 어긋나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 89조가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 휘하의 지검장 임명을 선출제로 바꾸는 것은 헌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검 간부는 “선출제로 뽑히는 지검장은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데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올 4월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한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검찰 개혁안 입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은 입법부에 맞설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게 된다. 검찰의 한 간부는 “ 정치권의 공격에 검찰이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직(職·자리)’을 거는 것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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