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쓰러진 88세 노인 몸으로 지킨 강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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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규봉 할아버지를 구한 강아지. [연합뉴스]

두 달 된 강아지가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한파에 쓰러진 88세 주인을 떠나지 않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강릉시 청량동의 집을 나섰다가 미귀가 신고된 이규봉(88) 할아버지를 집에서 300m 떨어진 야산에서 12일 오후 9시20분쯤 발견해 구조했다고 15일 밝혔다. 평소 약간의 치매 증세가 있는 이 할아버지가 집을 나선 것은 이날 오후 4시쯤. 이 할아버지의 집에서 기르던 생후 2개월 된 흰색 강아지도 이날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따라 집을 나섰다. 두 시간이 지났지만 할아버지가 귀가하지 않자 오후 6시쯤 할아버지의 부인이 강릉시내에 사는 큰아들 시기(64)씨를 통해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 할아버지의 가족과 함께 집 인근을 두 시간가량 수색했으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날은 어두워졌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경찰과 가족은 인근 야산으로 수색 범위를 넓힌 끝에 집에서 300여m 떨어진 야산 능선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강아지는 이 할아버지의 배 위에서 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강아지가 옷을 물어뜯고 혀로 얼굴을 핥았다. 마치 의식을 잃지 말라며 깨우는 듯했다” 고 말했다.

 당시 현장 수색에 참여했던 강릉경찰서 남부지구대 신창근(39) 경장은 “할아버지는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지 않았는데 더 늦었다면 변을 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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