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제재법’ 시범 케이스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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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의 칼을 본격적으로 빼 들었다.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란에 정제석유제품을 공급해 온 3개 기업에 대해 새로 만들어진 이란제재법에 따른 제재를 가했다고 발표했다. 대상 기업은 중국의 국영 석유업체인 주하이전룽(珠海振戎公司)과 싱가포르의 쿠오오일(Kuo oil), 아랍에미리트의 팔오일(FAL Oil Company)이다. 국무부는 “이 3개 기업에 대해 앞으로 미국의 수출면장 발급이 중단되며, 미국 수출입은행의 파이낸싱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미국 내 금융기관으로부터 1000만 달러 이상의 대출도 받을 수 없다.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을 제재하기 위해 이란제재법이 만들어진 뒤 구체적인 제재 대상 기업과 조치가 취해진 건 처음이다.

 주하이전룽은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5억 달러 이상의 휘발유 판매를 이란에 중개한 혐의다. 쿠오오일은 2500만 달러의 정제석유제품을, 팔오일은 7000만 달러의 석유정제제품을 이란에 공급해 온 혐의다. 이란은 원유 정제능력이 부족하다. 중국의 국영 석유업체 4곳 중 하나인 주하이전룽에 대한 제재는 “대 이란 제재에 비협조적인 베이징에 대한 경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국무부의 제재조치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이란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를 취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직후 취해졌다.

 미국의 대이란 조치는 경제 제재와 별개로 외교적 압박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부는 이날 3개 기업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유럽연합(EU)·일본·한국·캐나다·호주도 이란의 원유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독자적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 각국에 정부 관계자들을 파견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기업들을 상대로 협조를 요청하는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데 이어 12일 일본으로 이동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을 만나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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