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계 대부' 한국종금 끝내 퇴출

중앙일보

입력

대우사태의 긴 파장이 종금업계의 대부(代父)격인 한국종합금융을 퇴출시켰다.

한국종금은 지난 4월부터 1천8백80억원의 대우 연계콜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기 시작한 후 8천억원가량의 예금이 빠져나가 1조8천억원이던 수신고가 최근 1조원밑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5월 1차부도를 낸 후 대주주인 하나은행 3천억원, 예금보험공사 1천8백80억원의 긴급 수혈을 받았지만 사정은 갈수록 나빠졌다.

이달 들어서는 일부 소액예금만 내주고 있었으며, 기업예금은 대부분 통사정을 통해 만기를 연장해왔다.

◇ 경영정상화 차질〓한국종금은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8%를 밑돌아 금융감독원의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2천억원의 증자를 포함한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2대주주인 미국 보스턴은행이 증자에 반대하고 나서자 대주주인 하나은행도 증자불참 방침으로 돌아서 지난달 31일인 증자대금 납입시한까지 증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국종금의 문제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니다" 라며 "자산구조나 질이 안좋은데다 종금업종 자체가 사양업종이라 증자에 참여해도 회생가능성이 작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하나은행측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와 한국종금 처리를 놓고 지난달 31일 긴급회의를 가졌지만 지원을 거부, 최종 부도를 맞게 됐다.

◇ 한국종금 사태로 종금업계 존폐위기〓올들어 나라.영남종금이 대우에 물려 사실상 문을 닫은데 이어 한국종금마저 좌초위기를 맞은 것은 종금업계가 존폐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7년말 30개사, 자산 50조원에 달하던 종금사는 한국종금이 퇴출되고 나면 7개사, 자산 12조원대로 줄어든다.

종금사들은 지난 5개월간 2조2천억원의 발행어음이 빠져나가는 등 급속한 자금이탈로 외자유치와 기업자금 조달창구란 본래 기능을 잃은 것은 물론, 기업어음(CP).회사채 인수업무도 사실상 마비상태다.

이같은 종금업계의 위기는 직접적으로 대우사태가 진원지다.

나라종금이 1조7천억원, 영남종금이 1천5백억원을 투신사를 통해 대우에 지원했다 '대우에 물렸다' 는 소문이 돌면서 자금이탈을 감당하지 못하고 차례로 무너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