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좌절되는 삶의 불가해성 헤집어

중앙일보

입력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시험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너 왜 이 회사에 왔는가' 라는 질문에 '난 집에 가서 소설을 쓰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나도 모르게 나온 대답이었지요. 그러나 나는 지금 내가 누구이며 나와 입사 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값진 삶에 대한 의미를 찾고싶었습니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내 마음의 지도〉 의 작가 박경철(37)씨는 1994년 '세계의문학' 으로 등단해 〈염소를 위하여〉, 〈빙어가 올라오는 계절〉, 〈헤밍웨이 읽을 시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대학 졸업 후 박씨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삶일지라도 그 의미를 캐 독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각오로 오로지 소설의 길만 걷고 있는 전업작가. 이번 당선으로 가난한 삶과 앞으로의 길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는다.

〈내 마음의 지도〉 는 일반에게 널리 읽히고 있지만 그 작가의 실체는 모호한 '황금펜촉' 이라는 추리소설작가를 추적하며 결국 너와 나 모두가 그 작가였다는 작품. 심사위원인 소설가 김원일.서영은, 문학평론가 권영민씨는 " '황금펜촉' 을 매개로 이면의 또다른 나를 추적하는 추리기법적 과정이 집요하다.

타인과의 소통이 번번이 차단되는 삶의 불가해성을 헤집으며 방황하는 주인공의 집념과 광기가 현대의 미아를 보게했다" 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