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주변 난개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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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미륵사지. 7만여평의 넓은 공간에 국내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을 비롯해 백제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전시관이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륵사지 정문앞 2차선 도로를 건너면 길을 따라 1백여m구간에 '순두부집' '가든' 등 음식점 간판이 즐비하다. 어림짐작만으로도 30여개가 넘는다. 논 바로 옆에는 한창 건축중인 60여평 규모의 2층 건물 3곳도 눈에 띤다.

미륵사지내의 정리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휴일이면 이곳을 찾은 광광객과 주변 미륵산을 오르는 등산객 등 수천여명의 인파와 차량 등이 함께 뒤엉켜 혼잡스런 시장거리를 연상케 한다.

27일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온계창 (39.전주시 우아동)
씨는 "미륵사지의 안을 둘러 보고 밖으로 나오니까 어지럽다.

음식점을 비롯한 상가들이 정리된 규격이나 통일된 모양없이 이렇게 제멋대로 들어서 영업을 하게되면 미륵사지 전체의 분위기를 해칠게 뻔하다" 고 말했다.

미륵사지 주변에 상가가 크게 늘면서 문화유적지로서의 경관을 해치고 자칫 마구잡이식 난개발이 되지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미륵사지는 지난 1997년 백제말 유물.유적을 한자리에 모아 문을 열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일년에 36만여명. 휴일엔 하루에 2천명이상이 몰린다. 또 미륵산을 오르는 등산객도 하루 1천여명이나 된다.

특히 최근에는 백제의 고도였던 공주 - 부여 - 익산을 잇는 관광벨트가 형성되면서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

미륵사지가 본격개발되면서 5년전부터 이 마을에는 음식점.찻집.노래방 등이 마구잡이로 생겨났다. 또 논.밭 2만여㎡가 대지로 탈바꿈되고 주민도 1백70여가구에 6백여명으로 증가했다.

유물전시관 관계자는 "음식점이 지금처럼 뻗어 나가도록 방치하면 미륵사지는 상가에 포위돼 문화유적지라는 본래의 공간의미가 퇴색되고 말 것" 이라며 "난개발을 막을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고 말했다.

현재 이지역은 신고만 하면 큰 제약없이 건축행위를 할 수 있는 준농림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익산시는 난개발을 방지하기위해 준농림지를 주거.상업.녹지.공원지구 등으로 나눠 개발하는 취락지구로 바꿀 예정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지역을 건축규제가 가능한 '취락지구' 로 지정한뒤, 장기적으로는 역사.문화촌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용역까지 마쳤다" 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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