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해병, 50년만에 군번 되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전쟁때 군에 입대한 제주의 '여해병' 이 50년만에 군번을 되찾았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제주여해병전우회 회원 19명.

이들이 군에 입대한 사연은 이렇다.

한국전쟁 발발직후인 1950년 8월27일.

제주시 제주동초등학교에 소녀티를 갓 벗은 여중생과 여교사등 1백26명이 모였다. "나라를 지키겠다" 며 자원입대한 것이었다.

50년 9월 이들은 경남 진해에서 40여일간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군번.계급장을 받았다.

해병 4기. 우리나라 최초의 여해병이자 마지막 여해병이었다.

하지만 이들중 장교.사병으로 복무한 76명을 제외한 50명은 군번은 물론 참전기록조차 모두 사라져 그저 자부심뿐인 무명용사로 남았다.

훈련직후 9.28 서울수복으로 전세가 호전돼 변변한 전투에 참가조차 못해보고 당시 해군통제부의 명령에 따라 귀향했기 때문이다.

해병대사령부는 지난해 5월 "잃어버린 군번등 전역근거를 확인해달라" 는 여해병들의 민원에 따라 조사작업을 벌이고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그 19명에 대한 군번확인.부여를 확정했다.

다음달 1일 제주시건입동에 세워진 해병탑에서 정식으로 군번수여식도 갖는다.

제주보훈지청으로부터 참전용사증서까지 받게 됐다.

19명은 94년부터 서로를 수소문해 연락을 주고받는 이들이다.

제주여해병전우회 부회장 김예순 (金禮順.65.군번 91907)
씨는 "중학교 재학중 입대, 어엿한 해병훈련을 받아 국가방위에 나섰던 역사를 되찾고 싶었다" 며 "과거의 고통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 이라고 말했다.

제주여해병전우회는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명' 의 여해병 31명의 군번회복을 위해 그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064-758-1033

제주 = 양성철 기자 <ygodo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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