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루머에 또 휘청 … 증시 한때 40P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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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 관련 루머로 또 한번 증시가 출렁였다. 하락폭은 전보다 크지 않았지만 불과 일주일여 만에 북한 루머가 또다시 시장을 흔드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노출했다.

 6일 오후 2시쯤 각종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긴급’ 메시지가 돌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북한 영변 경수로에서 고폭실험 도중 폭발사고가 나 영변시내가 아수라장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사고가 난 경수로는 현재 건설 중인 100㎿급이고 현재 시간당 98mSv규모의 고농도 방사능이 누출돼 북서계절풍을 타고 빠르게 서울로 유입 중”이라며 “평양 류경호텔 직원과 통화 결과 평양시내 하늘이 방사능 분진으로 추정되는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차 있다”는 상세한 정보도 담겨 있었다. 통상 증권가 루머가 “~카더라”는 식으로 모호한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해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여기에다 북한에 잠입 중인 일본 첩보원으로부터 받은 첩보 전문이라며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군이 주민을 사살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 있었다.

 증시는 당장 혼란에 빠졌다. 이날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이던 주가는 오후 2시10분쯤엔 전날보다 4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1824.29까지 빠졌다. 이후 루머가 사실무근이라는 정부의 확인이 나오면서 바로 회복해 결국 전날보다 20.60포인트 떨어진 1843.14에 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번에 그치는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7일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 혼란을 틈타 중국군이 북한에 주둔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고점 대비 51포인트나 빠지기도 했다. 앞서 11월 8일에는 김정일 사망설이 돌아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렇게 북한 관련 루머가 자주 출몰하자 금융 당국은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오늘 시장에서 나온 북한 루머와 관련해 풋옵션을 노린 작전 가능성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도 즉시 조사에 나섰다. 거래소 김성태 시장감시부장은 “루머가 돈 시간을 전후해 이 루머를 이용했을 만한 선물옵션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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