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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주는 방식도 진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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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성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 3년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찾아 장학금을 주는 사업을 펼쳐왔다. 지방자치단체·경찰·실업고등학교·여성가족부·현직 교사·정치인·공부방 등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대상자를 물색했다.

 최근에는 학생이 9명밖에 없는 작은 시골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4시간을 차로 달려 도착한 산골인데도 좁은 흙길은 찾을 수 없었고 잘 포장된 도로만 있었다. 자동차 3대가 주차된 운동장은 잘 정리돼 있었고 마루는 윤기 나게 닦여 있었다. 교무실에는 스탠드·에어컨 등 각종 전자제품이, 화장실에는 깔끔한 양변기가 각각 구비돼 있었다. 어느 대도시 초등학교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선생님은 도움을 주겠다는 외부의 연락을 많이 받고는 있으나 필요가 없어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도움이란 이를 받는 사람이 기뻐하고 이를 계기로 희망을 갖게 돼야 한다. 하지만 이젠 장학금 지급만으로 이런 일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수혜 대상자가 “다른 장학재단도 많으니 지급 여부를 빨리 결정하라”고 독촉하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 다니면서 보니 어렵다는 학생의 상당수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장학금을 지급해도 공부가 아닌 다른 곳에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장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상담가나 특수교육 강사를 지원하는 게 더욱 절실했다. 현장을 살펴보니 이젠 장학금 지급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서 주는 것이 진짜 도움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성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