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초강력 검색엔진에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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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는 李모(29)씨는 며칠전 한 인터넷 검색엔진에 들어가 ''○○○○ ○○○○'' 이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을 해보고 깜짝 놀랐다.

수천명에 달하는 개인정보 자료가 화면에 나타난 것. 여기에는 이름.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주소는 물론 별명.취미.가족관계까지 들어 있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된 개인정보가 검색엔진을 통해 통째로 유출된 것이다.

인터넷 정보제공업체 I사에 회원으로 가입한 金모(24)씨는 "얼마전 가입하면서 작성한 내 신상정보가 일반 검색엔진을 통해 컴퓨터에 뜨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며 "앞으론 인터넷사이트에 절대로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겠다" 고 말했다.

보안이 유지돼야 할 개인의 신상정보가 이처럼 인터넷사이트의 검색엔진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이에 따라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타인의 신상정보를 간단히 빼낼 수 있어 이를 악용한 범죄 등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검색어를 바꿔가면서 정보를 찾을 경우 검색어에 따라 다른 개인정보가 무제한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본지 취재팀은 23일 한 검색엔진에 들어가 ''○○○○ ○○'' ''××'' 등으로 단어를 바꿔 검색해 보았다. 그 결과 한 기업체의 전 임직원의 신상정보, 대학교 수강신청자, 건설관련 사이트의 전체 회원 명단 등 갖가지 개인정보가 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몇 강력한 검색엔진이 보안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웹사이트의 신상정보란을 뚫고 들어가 정보를 빼내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학교나 중소기업의 홈페이지 등 대부분 비영리 사이트의 경우 보안장치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이들 정보가 모두 검색엔진에 잡혔다.

특히 비밀이 보장돼야 할 회원제 운영 사이트의 상당수도 방화벽 등 보안설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사실상 검색엔진에 무방비 상태다.

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소인 한국정보보호센터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홈페이지의 94%가 개인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가 아무런 보안장치를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터넷사이트의 검색엔진 관리자는'' "몇몇 대형 회원제 사이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홈페이지가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검색엔진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수십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이같은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어 회원모집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 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진창섭 Joins.com 사이버 리포터의 도움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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