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탐험 한마당' 출전 금상 탄 김용선씨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인터넷 탐험 한마당에 출전한 김용선(62)씨는 한쪽 손이 없다.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도 환갑을 넘긴 지난해 10월. 컴퓨터에 뛰어든 지 불과 8개월 만에 그는 왼손 하나로 금상을 따냈다.

12세 때 한국전쟁통에 잃어버린 오른손은 김씨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넘지 못할 벽은 아니었다. 공짜로 배울 수 있다는 친구의 권유에 따라 한국복지통신협의회에서 처음 컴퓨터를 만졌다는 김씨. 컴퓨터는 재미있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키보드가 문제였다.

성한 두 손을 가지고도 익숙해지기까지 힘들게 연습해야 하는 키보드. 김씨는 남은 한 손, 그것도 왼손만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그저 열심히 쳤습니다. 컴퓨터 강의가 있을 때는 한두 시간 일찍 가고 늦게 남아 키보드만 쳤어요. 집에서도 아들이 사준 컴퓨터로 연습하고…. 매일 서너 시간 연습했습니다."

"프로그램이요? 한 손을 위한 게 따로 없어서 그냥 제가 편한 대로 글자보고 치는 식으로 연습했지요." 어느 정도 키보드에 익숙해지고 올 들어 인터넷에도 눈을 뜬 김씨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정보문화센터가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보검색대회인 인터넷 탐험 한마당. 거기서 그는 10문제 중 8개의 정답을 찾아내 2등상인 금상을 차지했다. 김씨는 컴퓨터 연습이 벽에 부닥칠 때마다 젊었을 때 시계 수리를 배운 기억을 되새겼다.

"그 때도 어찌나 힘들고 어렵던지 ''관두자, 관두자'' 몇 번이나 그러면서 매일 매일 해보니까 그게 또 감쪽같이 잘 되더라구요". 컴퓨터나 시계나 한 손만 갖고도 열심히 하면 그래도 되는 게 세상이란 것이 김씨의 경험이자 지론이다.

그는 현재 자신이 컴퓨터를 배웠던 한국복지통신협의회의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컴퓨터의 새로운 내용을 접하면서 자기 또래 학생들의 컴퓨터 연습을 도와주는 것이 그의 역할.

김씨는 "나이든 학생들이 컴퓨터 배울 때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이 마우스 클릭" 이라며 "몇 번 해보다 잘 안 되면 컴퓨터 배우는 걸 포기할 때가 많다" 고 안쓰러워했다.

"연습만 꾸준히 하면 나처럼 한 손으로도 마우스나 키보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