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고성장보다 안정기조 유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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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높은 경제 성장률을 강조하기보다는 경제의 안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총재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 초청 강연에서 `한국경제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 이같이 강조했다.

전총재는 "90년대 중반의 고성장 정책에 따른 대폭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외환위기를 겪었다는 사실과 무역 및 자본거래가 거의 완전히 자유화된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성장률이 높을수록 좋다는 성장일변도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총재는 또 "거시정책은 물가와 금리, 환율 등 거시가격변수들의 급격한 변동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면서 "외환위기의 교훈을 거울삼아 효율적인 경제체제를 확립하는 기초여건을 조성한다는 관점에서 안정기조의 유지가 거시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총재는 이어 "거시경제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도 이런 정책여건 변화에 부합할 수 있는 통화신용정책 운용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해 우리 경제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총재는 또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시장움직임을 충분히 반영하는 민주적 방식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정책입안시 가급적 고려대상을 넓혀 그 부작용 등을 충분히 감안하고 장기적 관점에 입각해 정책결정을 신중히 내림으로써 정책
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 정책당국의 의도를 시장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전총재는 말했다.

전총재는 한편 "1.4분기에 설비투자 및 수출호조에 힘입어 12.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4분기에도 9%대의 높은 성장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경기상승속도는 다소 완만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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