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후순위채 펀드 자금 이탈 지속

중앙일보

입력

투기등급채권(신용등급 BB+ 이하)에 투자하고 있는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CBO)펀드에서 이달들어 7천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올 연말에 투기등급채권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는데 이럴 경우 이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투기등급채권의 위험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부도위험이 높지 않으며, 정부가 투기등급채권의 소화를 위해 잇따른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얘기다.

◇ 부도위험 너무 과장돼〓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BB급 회사채 발행기업의 지난 10년간(1991년 1월부터 2000년 4월까지)평균 부도율은 3%였다.

또 부도가 났다고 해서 회사채가 몽땅 휴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BB급 회사채가 부도났을 때 20~50%를 상각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부도가 나도 회사채 액면가의 80~50%를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 국공채에만 돈 몰려〓최근 채권 투자가 국공채로 몰리며 투기등급채권과 국공채의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3년물을 기준으로 투기등급채권의 수익률이 12.03~13.03%로 국공채보다 평균 4.6%포인트나 높다.

투기등급채권의 부도 위험이 3% 정도이고 부도가 나도 50% 이상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투자위험도는 1.5%로 봐야 한다.

결국 현재 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하면 3.1%포인트(4.6%와 1.5%의 차)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BBB 등급의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며 자금시장 경색이 풀리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국공채 금리가 낮아지며 BBB.BB급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도 투기등급채권 대책 마련 중〓정부는 연말까지 4조7천억원대(워크아웃기업 발행 회사채 제외)의 투기등급채권의 만기 도래로 중견기업이 자금난에 빠질 것을 우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를 발행할 때 투기등급채권의 편입규모를 지금의 20% 미만에서 40~50%로 높일 방침이다.

정부는 또 CBO펀드와 하이일드펀드의 환매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 발매도 허용할 방침이다.

현대투신운용의 오현세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은 투기등급채권의 부도위험이 실제보다 부풀려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며 "현재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 만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는 별로 없다" 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