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조규수·이승호 "신인왕 손대지마"

중앙일보

입력

고졸 신인 좌.우완 투수 이승호(SK)와 조규수(한화)가 시들하던 신인왕 경쟁에 불을 다시 지폈다.

여름철이 시작되면서 긴 슬럼프에 빠졌던 둘은 지난 16일 경기에서 각각 선발승을 따내며 나란히 8승째를 거뒀다.

이는 대구 삼성전에 등판, 7과3분의2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으며 8안타.2실점으로 역투해 지난 6월 11일 LG전 구원승 이후 무려 2개월여 만에 승리를 맛봤다.

조 역시 대전 해태전에서 7이닝 동안 3안타.무실점, 최근 2연승의 상승세를 탔다. 19세 동갑내기인 둘은 공교롭게도 지금껏 '닮은꼴' 야구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각광받아 외국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된 것부터 시작해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각각 자신의 모교를 전국대회 정상에 올려놓았다.

조는 봉황기 고교야구에서 최우수 선수(MVP)와 최우수 투수상을 거머쥐며 천안북일고를 우승시켰고 이는 황금사자기대회에서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5전 전승을 기록하며 군산상고를 정상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에 입단한 이후 둘은 시즌 초반 똑같이 5연승을 거두며 '무서운 새내기' 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이후 6연패의 고된 시련도 같이 찾아왔다.

1백45㎞의 직구 스피드를 자랑하는 조는 한화가 '제2의 정민철' 로 키우는 차세대 에이스다. 그가 부진에 빠져있을 때도 한결같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지 않은 것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 1m83㎝의 큰 키에서 내려꽂는 낙차 큰 커브는 이미 신인 티를 확 벗었다.

SK 관계자들은 이승호를 'SK 전력의 절반' 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신인이지만 이는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뛸 정도로 이미 SK의 기둥 투수로 자리잡았다.

1백40㎞대의 직구는 볼끝이 살아있고 슬라이더의 예리함은 예전 조규제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생애 한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 타이틀. 하위권에 처진 팀 전력을 뛰어넘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는 둘의 막판 '라이벌 경쟁' 에서 누가 축배를 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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