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LCD업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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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반도체와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분야에서 소수 상위업체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국내업체들은 막대한 자금여력과 시장예측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속속 단행, 이러한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D램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마이크론 3사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올해초 이들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0%였으나 삼성전자의 신규라인 가동, 현대전자의 대규모 업그레이드 등에 따라 이들의 점유율은 올해말 6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한국의 오랜 경쟁상대였던 NEC, 히타치 등 일본업체들은 D램 분야에서 점차 손을 떼고 플래시메모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어 D램 분야에서 상위 3사의 시장 장악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TFT-LCD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LG필립스LCD, 히타치 등 3개사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44%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7%로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최근 세계 최초로 4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히타치는 올해 말 4세대 라인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들과 중위권 업체의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4세대 라인이 본격 가동될 경우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씩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 3사의 점유율은 올해말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D램과 TFT-LCD 분야에서의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PC업체들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노력과 막대한 투자비용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해부터 PC 부품의 공급난이 심해지면서 D램과 TFT-LCD의 주요 수요처인 PC업체들이 안정적인 공급물량 확보가 가능한 상위업체들에 집중적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D램 라인과 TFT-LCD 라인 1개에 각각 1조5천억원, 1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다 갈수록 투자비용이 커지는 상황도 자본이 풍부한 상위업체의 지배력을 높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램과 TFT-LCD 분야에서 한국업체들의 시장장악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공급조절 등에 있어 지난날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쓸데없는 규모 경쟁 등은 피하고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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