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손성원씨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금융위기의 해결사'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손성원(孫聖源)웰스파고은행수석부행장(경제학박사)이 보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부실재벌문제등 현안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제2의 금융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회의참석을 위해 뉴욕에 들른 손 부사장을 만나 한국의 성공적인 금융개혁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61년 도미한 이래 플로리다주립대, 하바드대학에서 수학한 손부사장은 웰스파고은행에서만 26년째 근무중인 전문금융인으로 백악관 경제자문관을 거쳤다.

- 현대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제2의 금융위기설' 이 나돌고 있다.

"과감히 부실재벌을 해체하고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금융개혁의 속도를 초고속으로 몰고 가야 한다.

재벌해체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거대공룡이었던 록펠러의 스탠다드오일을 해체시킬 때 처럼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한국정부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다. 은행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풍토는 아직도 남아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1백% 독립만이 금융개혁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본다."

- 한국은행들은 IMF를 겪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부실은행 처리방법이 너무 서투르다. 거대공룡을 단 칼에 내리쳐 그저 죽이려는데 혈안이 돼있을 뿐 곪은 부위를 도려 내고 항생제를 투약해 치유할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은행을 우량부분과 부실부분으로 이원화해 우량은행은 당장 정상영업을 시키고 부실은행은 별도로 떼어내 정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 한국의 저금리정책에 대해서는.

"은행금리가 8%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여건은 곳곳에서 인플레 징후가 엿보인다.

통화량의 팽창.내수증대.소비재 판매증가등 이 모든 요인들이 인플레의 척후병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금리를 올려서 고삐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 등 그룹을 봐주기 위한 의도적인 금융정책이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 현대그룹 부실의 원인은.

"한마디로 대우.현대 모두 부실경영의 소산이다. 현대는 이같은 부실경영인들이 퇴진은 커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대우도 그랬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대북사업을 위해 현대를 끌어들인 것도 큰 문제다. 정치적인 것과 사업은 당연히 구분했어야 했다."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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