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안 해외 반응] "실천여부 좀더 지켜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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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자구계획 발표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주가 폭등과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고, 시장 관계자들도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14일 증권시장은 전반적으로 강세였고, 시장금리나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현대 계열사 주식 값은 모처럼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현대가 과거보다 진일보한 자구안을 내놓았고, 실천이 되면 금융시장 경색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일단은 긍정적〓현대 자구계획이 시장의 평가를 받는 첫날인 14일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제한적인 긍정 신호' 로 나타났다.

이날 증시는 개장 직후 현대그룹 계열주가 초강세로 돌아서는 등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매수세가 줄어들고 상승세가 둔화돼 종합주가지수는 1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채권 및 외환시장은 투자자들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큰 등락 없이 보합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이응백 과장은 "외환 거래 자체가 부진한 가운데 증시에서 외국인들도 오전까지 순매도를 기록했기 때문에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고 밝혔다.

이날 회사채 금리(3년물)는 연 8.91%로 전날과 같았으며, 국고채 금리는 연 7.74%로 0.01%포인트 올랐다. 환율은 달러당 1천1백15.70원으로 전날보다 0.3원 올랐다.

시장전문가들은 "앞으로 자구안을 얼마나 신속하고 충실하게 실천하느냐와 일부 미결과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며, 시장 흐름도 이에 영향받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 실천 과정 지켜봐야〓김정환 LG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의 발표가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에는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면서 "현대 계열사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하며, 그러려면 현대가 실천을 서둘러 시장의 신뢰를 사야 한다" 고 지적했다.

반면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 매각, 이라크 미수금 회수 등 유동성 확보방안이 잘 실현될지 의문" 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부분도 좀더 명확히 했어야 했다" 고 평가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보다 유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자구안의 실현 가능성을 더 따져봐야겠다는 것이다.

최강수 한국기업평가 평가1팀장은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은 실현 가능성이나 시장의 평가를 검토해 봐야 한다" 며 "현재 평가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다시 상향조정할지는 밝힐 단계가 아니다" 고 말했다.

◇ 주가에는 제한적 영향〓현대의 발표가 일단 주가상승 기대를 낳고 있지만 증시 주변 여건상 대세반전을 유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장동헌 SK투신운용 주식본부장은 "악재로서 현대사태의 위력은 반감될 것" 이라면서 "최근 수급상황 등을 보면 지수가 750 이상 큰 폭으로 오르기는 버겁다" 고 전망했다.

홍성태 굿모닝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시장에 자금도 부족하고 매수를 리드할 주체도 없는 상황" 이라고 말하고 "현대 문제 해결만으로는 시장이 상승탄력을 받기 어려우며, 빠져나가고 있는 증시주변자금이 되돌아오는 징후가 나타나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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