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 하는 할머니 봤수?"

중앙일보

입력

"난 실버N세대 디자이넌체 e-mail<silvernd@hanmail.net>도 있고, 스타크래프트도 연습하고, 요리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게 알려 줄려 이렇게 왔다우"

실버N세대 디자이너 전기순(全起順.68)
씨의 홈페이지 프로필의 소개글이다.

68세 할머니가 홈페이지를? 그것도 스타크래프트까지?

명함도 있다. '캐릭터 디자이너'전기순. 막내 아들이 운영하는 캐릭터 디자인 연구소의 엄연한 직원이다.

전기순씨는 1933년 서울생이다. 초등학교까지만 마치고 그 당시로는 늦은 나이인 28살에 결혼을 했다.

"2남 2녀를 낳아 키우는 동안 우리네 어머니들이 그렇듯이 본인에게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아들,딸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나니 자신을 돌아 볼 여유가 생겼다"고 약간은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 그녀. "여느 평범한 어머니들처럼 생활에 급급하여 생활하다보니 어느덧 '실버세대'에 접어들었고 막내아들의 권유로 금년부터 그림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림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던 전씨는 '한 캐릭터 연구소'(http://www.hancharacter.com)를 운영하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캐릭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두 달 전부터 잠자는 시간만 빼 놓고는 맹렬히 컴퓨터 공부와 캐릭터 제작 연습에 매달렸다. 기억력이 좋고 그림에 소질이 있어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도 빨랐다.

"캐릭터가 뭔 뜻인지는 몰라도 난 그림이 좋아! 한번 그림을 잡으면 완성하기 전까진 절대 안일어난다우. 밥먹는 시간외에는 하루종일 그림 연습을 하는 거나 다름없지" 하며 마냥 즐거워 했다.

할머니의 작품들을 보고 싶어서 연습한 그림까지 모두 보여달라고 했다. 가장 최근에 그렸다는 그녀의 작품은 '김일성·정일' 두 정상을 모델로 한 그림. 실제 두 정상의 모습모다 젊게 그렸다고 했다.

그림을 보면서 전 할머니의 독창적인 그림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실버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 최대 걸작중의 하나인 '비너스의 탄생'을 본따서 그린 것이다.

원래 그림은 갈색 머리의 젊은 여자이지만 전 할머니의 작품은 독특한 눈모양을 한 은색 머리의 '실버 비너스'다. '실버비너스'외에 '이발소 여자'는 조만간 상용화 될 예정이라고 한다.

"할머니 게임 해보셨어요?"라는 질문에 "난 프로토스라우"라고 대뜸 대답한다.

베틀넷에 들어가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게임을 하신다며 마냥 신나했다.

할머니가... 스타크를...!?

"요새 좀 몸이 안좋아서 통 손을 놓았더니 감이 안좋네..."

그렇게 말했지만 놀랄정도로 능숙한 손놀림. 내친김에 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하냐고 물으니 옆에서 막내아들이 "인도네시아에 계시는 삼촌께 편지도 쓰세요"라고 받아친다. 할머니는 쑥쓰러우신지 '아직 초보'라는 말만 언급한다.

전씨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는데 아들과 손자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제는 혼자 동영상까지 볼 수 있는 멋진 홈페이지를 제작하실 수 있고 자유자재로 업그레이드를 하실수 있는 실력이란다. 할머니 홈페이지엔 자신이 독창적으로 그린 할머니 자신만의 그림이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실버비너스의 탄생'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할머니가 옷을 벗으셨네요?" 대뜸 던진 기자의 우스개 소리에 할머니는 웃으시며 "너무 오래 보지마. 나 멋있지?"라고 대답한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와서 할머니의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니 "나 오늘 기자 만났다우"라는 글이 벌써 올라와있었다.

Joins.com 황지연 기자 <teresa96@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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