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의리파' 박찬호, 12승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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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박찬호(27, LA)가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의 '의리파'임을 보여줬다.

12일(한국시간) 터너 필드에서 벌어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한 박은 안정된 제구력과 뛰어난 위기 관리능력으로 애틀란타 강타선을 7이닝동안 2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를 했으나, 팀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12승 달성에 실패했다.

7이닝 7안타 2실점, 2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동안 6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시즌 성적은 11승 8패를 유지했고, 방어율은 3.97로 낮아졌다. 다저스는 8회말 박찬호를 구원한 불펜진이 무너지며 대거 5실점을 허용, 결국 7-2로 패했다.

사실 이번 경기는 박찬호의 위기 관리능력이 대단히 돋보이는 경기였다.

빗맞은 안타와 1루수 에릭 캐로스의 실책으로 1사 3루의 위기에 몰린 1회말. 박은 얼마전 평균 연봉 1천5백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은 강타자 치퍼 존스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자신에게 천적으로 꼽히는 월리 조이너를 유격수앞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2회말 박찬호의 위기관리능력은 더욱 빛났다.

무사 1, 3루의 실점 위기를 맞은 박찬호는 하비 로페즈를 삼진으로 잡아낸 다음 키스 록하트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2회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선취점은 다저스의 몫이었다.

애틀란타의 선발 케빈 밀우드에 막혀 4회까지 2안타의 빈공을 보이던 다저스 타선은 5회초 2루타를 치고 나간 에릭 캐로스를 채드 크루터가 불러 들여 선취점을 얻었다.

2아웃에 등장한 박찬호는 볼카운트 2-3의 접전끝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내 다시 크루터를 불러 들이며 만만치 않은 방망이 실력을 과시했다.

5회말 병살타성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준 아쉬운 수비로 1점을 허용한 박은 다시 무사 1,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는 호투를 거듭했고, 12승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다저스가 2-1로 앞서 있던 7회말.

선투타자로 나온 좌타자 B.J. 서호프는 박의 2구를 통타, 우월 동점 홈런을 뽑았다. 이날 서호프는 박에게 3타수 3타수를 기록했다. 결국 박찬호는 다시 한번 한 명의 선수를 넘지 못한 것이다.

한편 다저스는 주포 게리 셰필드가 4타석 4삼진을 당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점점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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