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누그러진 'MK 퇴진론'

중앙일보

입력

정몽구(鄭夢九)현대.기아차 회장의 퇴진 문제가 하루만에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정몽구 회장 퇴진 문제보다 시장이 납득할 만한 자구계획을 현대그룹이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면서 "10일 4개 부처 장관과 외환은행장의 점심 모임에서도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정몽구 회장의 퇴진 문제가 불거져 현대사태 해결의 핵심인 자구계획 마련이 늦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이날 오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金행장의 9일 발언은 현대의 5월말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적인 얘기" 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자구계획을 만들어 내는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이 자신의 퇴진 문제를 거론했다는 소식을 들은 鄭회장은 金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후 8시쯤 긴급 사장단회의를 여는 등 부산을 떨었던 현대차는 10일 이 문제를 애써 거론하지 않으려 들었다.

현대자동차는 鄭회장이 金행장과의 통화에서 "3부자 퇴진은 문제만 복잡하게 만들 뿐 자동차 계열분리와 건설의 자구계획 제출 등 현대사태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된다.

그룹의 5월말 발표는(나와)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鄭회장은 현대.기아차가 상반기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는 등 자신이 경영도 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8일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에 보낸 공문에서 불거졌다.
외환은행은 지배구조 개선 부분의 셋째 항에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 퇴진과 5월 31일 현대가 한 약속을 지키라' 고 명시한 것.

현대차는 자동차 계열분리 방안이 발표되면 3부자 퇴진 문제가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열 분리가 되면 현대그룹과 별도로 채권단과 약정을 맺어야 해 상황이 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익이 나고 현금 흐름도 좋아 채권단에서 이 문제를 다시 요구하고 압박하기 어려우리란 판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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