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업 1번지' 둥관

중앙일보

입력

"둥관(東莞)-선전(深□)간 고속도로는 절대 막혀선 안된다. 막히면 전세계 컴퓨터 시장의 70%가 마비된다."

IBM.휴렛패커드 등 세계적 컴퓨터업체의 아태지역 책임자들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다.

둥관은 전원보호기 생산 세계 1위, 마우스 생산 세계 2위를 자랑하면서 전세계 액정화면 생산량의 20%, 컴퓨터 케이스 소비량의 35%를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제품들 대다수를 대상(臺商.대륙에 투자한 대만 기업인)들이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둥관에 진출한 대만 기업은 3천7백여개로 이 가운데 8백여개가 컴퓨터 관련 업체다. 상위 10개사 생산품은 모두 세계 시장점유율 1위다.

둥관시 칭시전(淸溪鎭)의 창룽(長榮)유한공사는 매달 컴퓨터 케이스 80만개를 만든다. 세계 소비량의 35%다.

이 회사 황밍룽(黃明榮)총경리는 "인력이 값싸고 우수해 가격.납기일 경쟁력이 세계 최고" 라고 말했다.

둥관 대상투자기업협회 주롄다(朱廉達)부비서장은 "대상들이 둥관에 투자한 금액은 30억달러(약 3조3천억원)가 넘는다" 면서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 4만개가 넘는 대상 기업이 4백19억달러(4조6천억원)를 투자했다" 고 말했다.

대상 기업 중 연 매출액이 7억달러(7천7백억원)를 넘는 업체도 등장했으며 대만 증시에 상장한 기업도 1백개가 넘는다.

지난 3일 둥관시 황장(黃江)구. 대상협회가 자녀들을 위해 마련한 학교 건물이 한창 건설 중이다. 올해 안에 전용병원도 세울 계획이다. 이제 둥관은 ''대륙 내 대만'' 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게 됐다.

일본 기업들도 약진하고 있다. 선전 외곽에는 일본 기업인을 위한 유료 교육기관인 테크노센터(日技城)가 있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일본인들에게 판로.세제.부품구입.종업원채용과 경찰.노동국.경제발전국.세관.공업구.환경보호구 등 각 인허가 기관과의 교섭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3개월간 가르치는 곳이다.

중국 사업 노하우를 쌓은 미야가와(宮川)유한공사 이시이 지로(石井次郞.62)사장이 1992년 시작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주식회사로 발전했고 올해 일본 정부도 주주가 됐다.

이시이 사장은 "선전에만 네 개의 센터가 있고 주하이(珠海)엔 지부가 있다. 올해 다롄(大連)에도 지부를 세울 계획" 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선전 양광(陽光)호텔에서 주 타이베이(臺北) 일본 대표부에 해당하는 일본교류협회 타이베이 사무소가 주최한 ''일.대만기업 친선의 밤'' 행사에 광둥(廣東)에 투자한 일본 기업인 30여명과 대만 기업인 20여명이 참석했다.

교류협회 경제부의 사토 슈지(佐藤秀二)주임은 "이번 행사는 일.대만 기업인의 맞선" 이라고 말했다.

이시이 사장은 "일본 기업은 대만 기업에 배워야 하며 고개 숙여 대만 기업의 하청을 자원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 기업들의 살 길"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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