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사라지고, 진촌리 식당엔 점심 손님 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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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일 인천 연안부두. 각진 해병대 모자를 눌러쓴 군인 10여 명이 더플백을 메고 서해 최북단에 있는 백령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부대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장병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긴장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성경을 꺼내 읽는 이도 있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백령도 용기포 부두는 해무(海霧·바다안개)가 가득했다. 21일에도 백령도에서 12㎞ 거리에 있는 북한 장산곶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해병 6여단 장병들은 안개 넘어 북한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경계근무 태세가 2급으로 1단계 올라갔고 초소 근무병의 발걸음도 늘었다. 해병대 공보장교는 “북측 동향을 감시하는 장비를 모두 활용해 특이사항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비상경계근무 태세로 24시간 대기 중이었다. 백령파출소 김영국(52) 소장은 “육지로 나갔던 2명이 즉시 복귀해 현재 정원 5명이 모두 비상근무 중”이라며 “외지인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지역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도 “매일 수십 척씩 보이던 중국어선이 19일부터는 한 척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에서 조업을 금지시킨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백령도 면사무소는 주민 비상연락체계와 대피소를 점검하느라 바빴다. 면사무소 인근에 있는 대피소엔 양초·물·가스버너와 일주일치 비상식량이 준비돼 있었다.

 주민들은 긴장감 속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몇 년 새 북한이 수차례 도발해 오며 비상상황에 적응한 듯 보였다. 진촌5리 이장 박영기(68)씨는 “연평도 포격 때도 백령도 주민들은 피난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켰다”며 “군 전력이 크게 강화된 만큼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읍내 상가에 있던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보다는 당장의 생업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진천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영선(52·여)씨는 “오늘 점심 손님이 겨우 3명뿐이었다” 고 전했다.

백령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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