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치열한 각축의 다승왕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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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현대 유니콘스의 김수경이 승리투수가 됨으로 해서 14승 고지에 올라 다승왕에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나 한 두 명의 투수가 독주하던 예년과 달리 최다승리 투수상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니콘스의 정민태와 임선동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의 김진웅이 LG 트윈스의 해리거 등 4명이 12승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현재 선두 주자인 김수경은 작년 탈삼진왕을 차지하여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 올해 그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140 km/h 중반대의 직구스피드와 슬라이더 변화각이 날카로와 상대팀 타자들은 알고도 치지 못할 정도.

여기에 유니콘스의 폭발적인 타격을 감안한다면 다승왕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나 다소 기복이 심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작년 다승왕 정민태는 두 말이 필요없는 강력한 후보다.

150km/h 에 가까운 직구스피드와 커브 등 변화구가 다양하고 제구력이 좋으며 다른 라이벌과는 달리 경험이 많아 완급조절을 잘해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위기상황을 잘 넘기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느 해 와는 달리 피홈런(18개)이 많아 구위가 떨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나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1997년 역대 최고 신인 계약금 7억원을 받고 프로에 뛰어든 임선동은 데뷔 첫해 트윈스 시절 11승을 따낸 이후 3년 만에 자신의 기록을 깨뜨리는 등 최근 기량이 절정에 올라가 있다.

8할(12승 3패)이라는 높은 승률이 말해 주듯 임선동이 마운드에 오르면 유니콘스 타자들도 덩달아 잘해주고 있어 승수르 쌓는데 애로사항이 없다.

힘으로 밀어 부치던 아마 시절 만큼의 직구 스피드는 나오지 않으나 대신 변화구 제구력이 좋아지고 경기운영 능력도 많이 향상되어 지금 페이스라면 다승왕을 충분히 노려 볼 만 하다.

프로 3년차인 김진웅은 지난해 11승(13패)을 거두며 크게 주목 받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라이온즈의 에이스 역할은 물론이고 국내 최정상급 투수들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급성장을 했다.

김진웅 역시 150 km/h에 가까운 직구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으며 속칭 공도 묵직하여 타자들이 밀리는 경우가 많다.

예전과는 달리 무브먼트(movement)도 향상되어 실제 타자들로서는 배팅 포인트를 찾기도 힘들며 여기에 고질병이라고 치부되었던 제구력도 투구폼 교정과 함께 보완된 것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가장 큰 노릇을 하고 있다. 김진웅도 김수경과 마찬가지로 기복이 심한 것이 흠.

트윈스의 특급용병 해리거의 다승왕 등극도 그렇게 어렵게 보이지는 않다. 위의 라이벌 중 직구 스피드는 가장 느리나 제구력과 예리한 변화구, 볼배합등의 로케이션과 경기운영 능력은 라이벌 중 최고라는 평가다.

지금의 추세라면 해리거는 지난 1998년 라이온즈의 좌완 베이커가 가지고 있는 외국인 선수 최다승인 15승은 무난히 깰 듯 하다. 해리거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약한 체력이다. 6회를 지나면 구위가 급속히 떨어지는 경향이 빈번한데 중간 계투진만 잘 받쳐 준다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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