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추진 태권도 공원 애물단지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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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태권도 공원이 그 성격을 분명히하지 않으면 엑스포 공원과 같은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초기 투자비용만 2000억원으로 24개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선 윤양수 국토연구원 연구실장은 "놀이 공원도 정신 수련장도 아닌 애매한 형태로는 수익과 공공성 어느 것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며 2003년까지 재단장하기로 한 엑스포 공원을 예로 들었다.

엄서호 경기대학교 교수도 "막연히 외국인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 보다는 재방문으로 수익을 보장해줄 내국인에 대상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나영일 서울대학교 체육연구소장은 "태권도 공원은 국가 이미지 관리가 주목적인 공공재"라며 놀이 공원 형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했다. 나 소장은 또 "우리나라에 이미 11개의 놀이 공원이 있어 내국인 대상의 오락 시설은 무의미하다"며 "오히려 태권도가 갖는 민족정신을 보여줄 수 있다면 연간 입장객 150만명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태진 삼성애버랜드 지원기획조정팀장은 "테마공원은 유지보수비만 해마다 300억원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장치사업"이라며 "명확한 수익모델 없이 입지선정부터 하려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 공청회에는 24개 지자체가 홍보전을 벌였으며 전통복장 도우미 ·어린이 태권도단 ·마스코트 등을 동원해 열기를 심감케 했다.

문광부는 23일 한 차례 더 공청회를 한 후 늦어도 10월초에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입지 선정에 들어간다.

Joins.com 이범준 기자 <weiv@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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