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창업, 서글픈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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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54)씨는 한 달 전 서울 미아동의 지하철 4호선 역사 안에 편의점을 열었다. 미아역 주변에만 똑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이미 5곳이나 돼 지하철 역사 안 16.5㎡(5평)를 어렵게 구해 가게를 낸 것이다. 김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5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며 “지상에 편의점이 하도 많아서인지 장사가 시원치 않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김씨처럼 편의점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출점한 편의점만 4513곳(잠정)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국 편의점은 2만650곳으로 지난해 와 비교해 22%나 늘었다.

 편의점 창업자는 2009년까지는 회사원이나 공무원 출신이 다수(38%)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자영업 출신(40%)이 가장 많다.

실제로 편의점은 창업비용이 5000만~1억원(76㎡ 임차매장 기준)으로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다. 커피전문점과 더불어 실패한 자영업자는 물론, 은퇴 채비에 나선 베이비부머(출생률이 가장 높았던 1955~63년생으로 약 695만 명)와 주부, 청년 실업자 같은 창업자들을 빨아들이는 깔때기가 되고 있는 이유다.

전국의 편의점은 2000년만 해도 676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1년부터 매년 1000곳 이상, 2008년부터는 2000곳 이상이 새로 생겼다. 편의점이 늘면서 총 매출액도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편의점 한 곳당 매출액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하루 평균 매출액이 2009년 154만3000원에서 지난해에는 155만8000원으로 단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업도 급증세다. 2000년 폐업한 편의점은 189곳에 불과했지만 2005년엔 526곳, 지난해에는 880곳으로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새로 창업한 편의점이 3600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 문을 연 네 곳 중 한 곳꼴로 문을 닫는 셈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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