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삐뿌빠〉의 곰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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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만화 〈뿌삐뿌빠〉의 주인공은 곰 일가족. 바람기 많은 아빠곰은 늘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없고, 엄마곰과 흰돌이·검돌이 두 형제곰이 새끼 멧돼지 꿀동이와 가족을 이뤄 살아간다.

사고로 죽은 꿀동이의 엄마를 엄마곰이 먹어치우고, 갈 곳 없는 꿀동이를 불쌍히 여긴 엄마곰이 데려다 함께 살게 된 게 이 기묘한 가족 구성의 기원이다.

일본작가 고지 아이하라의 이 만화는 배꼽을 쥐게 한다. 전문가에 가까운 작가의 숲속 생물들에 대한 지식이 가득하지만, 그런 만화에서 느끼기 쉬운 지적 과시나 스토리의 답답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걸작이다.

풍부한 상상력에 바탕을 둔 갖가지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몇번이고 반복해 보게 되는 것은 역시 주인공들의 유머 넘치고 따뜻한 캐릭터 덕분이다.

에피소드 하나. 큰 아들 흰돌이가 새끼 들쥐와 사랑에 빠진다.역경 끝에 구애가 성공하고 행복에 겨운 어느날, 엄마가 이마에 꽃잎을 하나 붙이고 만족한 얼굴로 돌아온다.

들쥐에게 흰돌이가 선물한 꽃잎이다. 아들의 연애 사실을 모르는 엄마가 들쥐를 먹어치운 것이다.

실의에 빠지는 흰돌이. 그러나 힘센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다.

독자들은 엄마곰이 광견병을 가장해 다 자란 새끼들을 집에서 쫓아내 독립시키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가족의 이별에 한없는 슬픔까지 느낀다.

결국 숲 속 곰가족의 이야기는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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