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가르시아파라, '꿈의 4할' 도전

중앙일보

입력

3할은 ‘예술’.

타격에 관한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3일 현재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3할대 타자는 내셔널리그(27명)와 아메리칸리그(25명)를 통틀어 52명. 팀당 1.73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4할은 ‘꿈의 타율’.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는 지난 1941년 테드 윌리엄스(.406·보스턴 레드삭스)다.

그는 당시 라이벌 조 디마지오(뉴욕 양키스)와 함께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세기의 여우’ 마릴린 먼로의 남편이기도 했던 디마지오는 같은 해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56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하며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시즌후 최고 영광의 주인공은 4할의 타율을 기록한 윌리엄스에게 돌아갔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도 4할 타자가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당시 MBC청룡의 선수겸 감독인 백인천이 주인공. 전-후반기 합쳐 80경기에 불과해 비교자체가 무의미하지만 그는 .412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율 4할대에 올랐다.

무려 58년 동안이나 오르지 못한 ‘4할고지’.

매년 시즌 초반이면 내로라하는 타자들이 도전장을 던지지만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사실상 포기하곤 했다.

그러나 올시즌엔 사정이 좀 다르다.

‘빨간 양말’ 군단의 노마 가르시아파라(27)가 있기 때문이다.

97년 처음으로 3할대(.306)를 돌파한 그는 98년(.323), 99년(.357)로 점차 타율을 높혀 4할타율의 가능성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전반기를 .389로 마친 그는 타율을 조금씩 높여 3일 현재 .393까지 끌어올렸다. 전반기까지 .383을 기록하며 그와 경쟁을 벌였던 토드 헬튼(콜로라도 로키스)은 후반기들어 하락세를 보이며 .370으로 떨어졌다. 이젠 경쟁상대도 없이 단독 등정에 나서야 하는 상태다.

타석에 서면 투수에게 ‘공을 재촉하듯’ 몸을 흔들며 양쪽 발끝으로 땅을 찬다. ‘빨리 던지지 않고 뭐해’하는 듯한 태도다. 정신력에서 투수를 압도한다.

또 타고난 힘에 빠른 발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월초부터 5월중순까지 .350대로 주춤했으나 6월이후 급상승세를 보여 .383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특히 6월 한달동안 .452의 타율을 올렸다. 여기엔 13개의 내야안타가 밑바탕이 됐다.

올시즌 예상밖의 저온현상도 도움을 주고 있다. 화씨 90도를 웃돌았던 예년과는 달리 올시즌엔 연일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

윌리엄스는 4할 타자의 요건을 “힘을 겸비한 정교한 타력에 빠른 발”이라고 단정했다.

그의 꿈이 현실로 무르익고 있다.

59년전 윌리엄스가 몸담았던 팀의 가르시아파라가 또하나의 기록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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