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상정보 노출로 피해 급증

중앙일보

입력

학생증을 분실한 적이 있는 한모(19.대학생.용인시 김량장동) 군은 지난달 H문화시스템으로부터 어학교재 대금 43만2천원을 내라는 청구서를 받았다.

교재구입 사실이 없는 한군이 대금지급을 거절하자 H문화시스템측은 계약 당시 자필약정서까지 받았다며 고발하겠다고 위협했으나 필체대조 결과 한군의 필체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지도 않은 물건 대금을 청구받는 등 개인신상정보 노출로 인해 빚어지는 피해사례가 최근 경기지역에서 크게 늘고 있다.

4일 경기도 소비자보호정보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남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물품구입계약을 맺는 바람에 발생한 피해신고가 50여건에 이른다.

피해사례의 대부분이 신분증이나 의료보험증 분실 또는 다른 용도로 제출한 신상관련 자료의 도용 등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신상정보 노출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상반기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냈던 구모(32.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씨는 같은해 7월부터 부산의 B상사로부터 물품대금 59만8천원을 내라는 독촉을 받아오다 이달 초 중재에 나선 소비자보호센터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대금회수만을 전문으로 하는 B상사가 구씨와의 계약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대금회수를 포기한 것이다.

소비자보호센터는 누군가 구씨의 이력서에 적힌 신상정보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6.포천군 신북면) 씨는 최근 S사의 신용카드를 신청했다가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카드가 발급됐고 사용대금이 연체돼 신용불량자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확인 결과 절친한 친구가 김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부 서모씨는 "4년전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며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서를 준 적이 있는데 최근 S전자로부터 사지도 않은 냉장고 대금을 내라는 청구서를 받았다"며 소비자보호센터에 호소해 왔다.

소비자보호센터 관계자는 "신상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의 대부분이 소송을 통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신용카드 발급이나 물품구매 계약 때 회사쪽이 본인 여부만 제대로 확인한다면 피해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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